시장을 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시장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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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시장 트렌드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흔히들 한국 시장은 작고 동질적인 시장이라고 합니다. 중국, 미국처럼 넓은 국토에 지리적, 문화적 차이가 큰 시장이 아니고 민족과 성향 편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서울 같은 대도시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기에 유통 이용 행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 한국 시장에서 코로나19 전개와 함께 이전에 보지 못한 수준의 유통업태별, 세대별, 지역별 세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세분 시장별 맞춤보다는 일원화된 전략과 실행에서 오는 효율성이 더 컸다면, 하나의 전략과 실행으로는 모든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모든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모든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님이 보이고, 또 한 꺼풀 벗겨내면 유통 브랜드 및 소비자 세그먼트별로 변화의 양상이 제각기 다름이 보입니다.

코로나19 두 번째 칼럼에서는 오픈서베이가 수집하고 있는 결제내역 데이터를 통해서 유통시장의 변화를 촘촘히 살펴봅니다. 분기나 반기 단위가 아닌 격주 단위로 급변하는 트렌드,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소비 행태, 같은 유통 채널 안에서 브랜드마다 서로 다른 매출 증감 추이 등 새로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 확인 중 오류가 발견되어 본문 내용 일부가 수정되었습니다. 최초 발행 후 아티클을 다시 읽으시는 경우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변경일시: 2020년 4월 21일 오후 6시 10분)

코로나19 이후 2주 단위로 급변한 유통 트렌드

코로나19는 우리가 먹고사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는 방식 또한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가 수집하고 있는 결제내역을 이용해서 그 변화를 살펴봤는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감 추이가 크게 변화하는 3개의 시기로 쪼개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감 추이에 따른 시기 구분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시기인 7-8주차(2/9~2/22), 대구 신천지예수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시기인 9-10주차(2/23~3/7), 국내 확진자 증가세는 안정화됐지만 WHO의 팬데믹(Pandemic) 선언으로 장기화 전망이 자리 잡은 시기인 11-12주차(3/8~3/21) 사이 소비자들의 발걸음과 클릭은 다양한 유통 채널을 바쁘게 오갔습니다.

비축형 소비는 잠깐, 11주차부터 편의점∙슈퍼마켓 반등

대구/경북 감염 확산으로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9-10주차에는 모든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외출을 줄이고 비축형 구매를 늘렸습니다. 이로 인해 편의점 구매는 줄고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 친환경 식료품점 구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슈퍼마켓의 경우는 결제 횟수는 늘지 않았으나 객단가가 늘면서 결제 금액이 증가했습니다. 식료품 시장 트렌드를 다룬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전개입니다(링크). 한편, 비필수품 판매 비중이 높은 백화점과 헬스&뷰티 매장의 구매는 줄었습니다.

2주 후 소비 행태는 또 달라졌습니다. 11-12주차는 대구/경북 사태가 진정되고 국내 일별 신규 확진자가 100명 내외로 안정화된 시기인데요. 이때는 편의점 구매가 반등하고, 근린형 유통인 슈퍼마켓 구매가 증가했습니다. 경각심이 낮아진 대신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으면서 일시적인 비축형 소비가 아닌, 근린 상권에서 소규모 구매를 하는 트렌드로 전환된 것입니다. 반면, 9-10주차에 폭증했던 창고형 할인매장 구매는 다시 예전만큼 돌아갔습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빠르게 해소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럼 온라인 쇼핑과 배달 앱 시장은 어떨까요?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소비는 전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시장은 유사한듯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9-10주차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11-12주차에 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 반면, 배달음식은 소폭 감소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채널별 매출 증감 추이 (출처. 오픈서베이 장보기 트래커)

3549 여성은 대형마트, 50대는 창고형할인매장과 슈퍼마켓으로

위의 업태별 변화는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연결해 생각해볼 때 당연하고 예측 가능한 변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이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전체로 볼 때는 한 방향인 것처럼 보이는 변화가 세부 유통별, 소비자 세그먼트별로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변화의 총량이 클 때 시장은 더 세분화되고 세분 시장 간 차이가 벌어진다는 마케팅 원론을 지금 시장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비자 세그먼트(Consumer Segment)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비축형 구매가 늘어난 9-10주차에 소비자 세그먼트별로 비축형 구매를 어디서 할지에 대한 선택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적극적으로 구매를 늘린 층은 3549입니다. 이들은 같은 시기에 슈퍼마켓에서도 구매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50대에서는 좀 다른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50대는 9-10주차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구매를 줄이고, 창고형 할인매장과 친환경 식료품점 구매를 늘렸습니다. 

상황이 안정된 11-12주차에도 3549와 50대는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35-49의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계속해서 더 구매하면서 슈퍼마켓 구매를 줄인 반면, 50대는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계속해서 더 구매하면서 슈퍼마켓 구매를 크게 늘렸습니다. 동네마트 성격의 하모니 마트를 비롯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노브랜드 등 고르게 구매를 늘린 것으로 나타납니다.

소비자 유형별 코로나 이후 각 채널 이용 행태 (출처. 오픈서베이 장보기 트래커)

GS25·CU, 하나로마트·롯데마트의 명암이 엇갈리다

코로나19 상황 전개에 따른 소비자 심리 변화라는 거시적 동인을 함께 공유하는 유통 업태 내에서도 서로 엇갈린 변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편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편의점 전체로는 9-10주차에 감소했던 결제 횟수와 금액이 11-12주차에 회복됐는데, 이 같은 패턴이 모든 편의점 브랜드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CU의 경우 결제 횟수는 편의점 전체와 유사하게 9-10주차에 10% 이상 감소했는데 객단가가 상승하면서 매출 감소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편, 동네 상권에 위치하고 슈퍼마켓형 구색을 갖춘 매장이 많은 이마트24는 대구/경북 감염 확산이 가속화되던 9-10주차와 확진자 증가 추이가 진정된 11-12주차에도 계속해서 구매가 증가해서 편의점보다는 슈퍼마켓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내에서는 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의 점유율이 엇갈려 나타납니다. 공적마스크 판매의 효과를 업은 하나로마트는 9-10주차에 결제 횟수와 금액을 크게 늘렸는데, 반대로 롯데마트의 결제 횟수와 금액은 감소했습니다.

롯데마트 결제 감소는 특히 50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50대가 대형마트가 아닌 창고형 할인매장 등 다른 채널에서 비축성 구매를 한 효과와 공적마스크 구매를 위해 하나로마트를 찾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브랜드별 매출 회복 추이 (출처. 오픈서베이 장보기 트래커)

다이소·네이버쇼핑·11번가, 코로나19 이후 꾸준한 성장

대형 유통간 구매 증감이 빠르게 교차하는 사이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유통이 있습니다. 바로 다이소입니다. 다이소는 오프라인 중심임에도 9-10주차 결제금액이 증가했고 11-12주차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다이소 결제 횟수 증가는 전 세그먼트에서 고르게 나타나면서 비식료품을 판매하는 근린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온라인 쇼핑 업태 내에서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9-10주차에 온라인 쇼핑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네이버쇼핑과 쿠팡 결제 횟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네이버쇼핑은 기존 20~30대 위주로 핵심 고객층이 형성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시기에는 전 세대에서 골고루 선택을 받는 채널이 됐습니다.

네이버쇼핑과 쿠팡 외에 눈길을 끄는 것은 11번가입니다. 11번가는 9-10주차에 온라인 쇼핑 업태 내 결제 금액 면에서는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11-12주차 들어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이 다시 감소세를 보인 반면, 11번가는 소폭이지만 지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11번가의 결제 금액 증가에 가장 기여한 것은 9-10주차에는 2034 남성, 11-12주차에는 50대로 나타납니다. 또한, 이러한 결제 금액 증가는 객단가 상승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요. 객단가 상승 요인의 경우는 구매 품목과 연계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매출 증가한 유통 채널 (출처. 오픈서베이 장보기 트래커)

코로나19 이후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위의 변화가 모두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변화의 양상이 나타날 것이고, 그 변화의 총량이 크면 클수록 세분화가 더 큰 폭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렇게 누적된 변화의 합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의 시장을 어떻게 바꿀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픈서베이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지된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산업에 주는 시사점과 고민해봐야 할 주제에 대한 분석 아티클 시리즈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아래에서 이미 발행된 아티클 링크 및 예정된 아티클의 주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식료품 시장을 중심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
② 시장을 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유통 시장 트렌드
③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이 이후 소비자 트렌드에 미칠 영향
④ 코로나 이후 뉴노멀 온다, 마케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더 알아보기

오픈서베이는 직접 만나지 않고도 모바일을 이용해 전국 18만 패널의 의견을 듣고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20년 1분기 기준 매일 약 28,000부의 설문 응답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코로나19 로 인한 위기 상황을 헤쳐가고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데이터 측면의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글에서 인용하는 메뉴 트래커·채널 트레커 데이터는 오픈서베이가 유료 판매 중인 코로나19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오픈서베이 코로나19 리포트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소개서를 내려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