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D 진행부터 결과 분석법까지, 현직 UX 리서처에게 묻는 실전 노하우
사용자와 사용자의 경험을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UX 리서치 또한 그 중요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은 UX 리서치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으며, 관련 분야 실무자 역시 막막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에 오픈서베이는 지난 10월 UX 리서치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발행한 이후 Better research, Better UX 오픈토크를 열어, 현업에서 UX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는 UX 리서처와 오퍼레이터에게 실무 경험과 팁을 들어보았습니다. UX 리서치 설계 및 분석 방법부터 UX 리서처가 갖춰야 할 태도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세 분의 현업자가 직접 전하는 가장 생생한 UX 리서치 이야기를 확인하세요.

* 오픈서베이 Better research, Better UX 오픈토크 진행은 서혜은 오픈서베이 마케팅 그룹장이 맡았으며, 김은심 오픈서베이 정성조사 서비스 리드, 권혁민 우아한 형제들 UX 리서처, 김은희 라포랩스 UX 리서처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아티클은 패널 토크 내용을 요약해서 작성했습니다.
UX 리서치 가장 중요한 단계, 목표 설정하는 법
서혜은 오픈서베이 마케팅 리드(이하 서혜은): 리서치 설계 과정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사내에서 UX 리서치 목표를 설정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리서치가 진짜 필요한지 따져보기”
김은희 라포랩스 UX 리서처(이하 김은희): 저는 리서치를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가 좋은 결과를 위해 좋은 질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리서치는 제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지만, 기획·개발 등 관련 부서에서 먼저 요청해주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럴 때는 요청주신 분과 깊게 논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먼저 리서치가 필요한지부터 꼼꼼히 살펴봅니다. 정의된 문제가 정말 문제가 맞는지, 리서치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 살펴봐요.
“리서치, 이벤트가 되면 안 된다”
권혁민 우아한형제들 UX 리서처(이하 권혁민): 저도 동의해요. 결국 ‘왜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서 리서치를 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 리서치 없이 기존에 확보해둔 내부 데이터나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 같은 외부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거든요.
리서치를 어쩌다 한 번 하는 이벤트처럼 여기지 말아야 해요. 종종 리서치 한 번 하는 김에 이것저것 다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는 리서치는 없습니다. 리서치는 많은 부분에 대한 적은 정보가 아니라, 적은 부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에요. 리서치 목표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 정의는 프로덕트 관점으로”
권혁민: 또 주의할 점은 문제를 정의할 때 개별 팀이 아니라 전체 프로덕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거예요. 특정 팀이 보기에 어떤 문제가 시급해 보여도, 전사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획·디자인·개발, 타 부서와 합을 맞추기”
김은심 오픈서베이 정성조사 서비스 리드(이하 김은심): 내부의 여러 부서 간 합도 맞아야 해요. PM(Product Manager), 리서처, 개발자 등 프로덕트를 둘러싼 여러 부서가 리서치 목적이나 범위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리서처가 보기엔 개선이 쉬워보이는 기능도 개발팀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일이거나 아예 구현이 불가능할 수도 있거든요. 목적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리서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냥 조금 더 많은 2차 정보를 얻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고 말아요.
UX 리서치 실전 팁 ① FGD, IDI 인터뷰 잘 하는 법
서혜은: 좀 더 리서치 실무에 관련된 질문을 드려볼게요. FGD, IDI에서 사용자를 인터뷰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참석자의 언어를 사용하기”
김은심: 저는 질문지에는 꼭 필요한 질문만 적어두되, 연계된 질문을 미리 최대한 많이 준비해놓는 편이에요. 마치 정량 조사 보기를 만들 듯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요. 실제 인터뷰 상황에서 참석자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바로 관련된 질문을 이어할 수 있도록요.
그리고 또 주의할 것은 대화를 할 때 되도록 참석자의 표현을 쓰는 거예요. 저도 처음에 많이 실수한 부분인데요. UX처럼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용어라도 참석자에게는 전혀 생소한 표현일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해요. 또 참석자의 특성에 따라 대화의 톤앤 매너를 맞추는 것도 중요해요. 10대를 대상으로 할 때와 60대 이상 시니어를 인터뷰할 때는 사용하는 단어부터 어조까지 모두 달라야 하니까요.

“참석자는 자기 경험의 전문가”
권혁민: 종종 참석자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프로덕트에 대해 변론하려는 분도 있는데, 가장 피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참석자분들이 본인의 경험에 관해서는 전문가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 생활 영역에 대한 전문가로서 권위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경험을 중심으로 질문하면 좋아요. 예를 들어, “보통 넷플릭스로 어떤 콘텐츠 보세요?” 대신 “지난 주말에 넷플릭스로 뭐 보셨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참석자가 구체적인 경험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래야 답변의 일관성도 유지되고 풍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요. 사람은 생각보다 일관적으로 답변하지 않거든요.
특히 인터뷰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기가 쉬워요. 입사 면접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입사 면접에서도 일반적인 질문을 하면 지원자는 준비된 답변을 하게 되잖아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물어야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죠.
“UT는 반드시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김은희: 인터뷰는 사용자에게 단순히 ‘우리 제품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일이 아니에요. UX 리서치는 굉장히 맥락적이에요. 기본적으로 프로덕트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는지, 그때 어떤 문제를 겪는지 파악하는 일이죠. 예를 들면, 특히 UT에서 그냥 ‘이 기능을 써보세요’라고 하면 안 돼요. 참석자가 당장은 잘 사용하는 듯 보여도, 실제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다른 이야기예요.
그래서 이용자가 기능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수행해야 할 태스크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해요. 내가 궁금한 걸 바로 말로 물어보거나 지금 여기서 쓸 수 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서혜은: 그럼 리서처가 인터뷰 스킬을 늘리고 싶다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김은희: 가장 좋은 방법은 잘 하는 분을 보고 배우는 거예요. 경험이 풍부한 리서처를 만나보고, 실제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볼 수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분을 찾기 어렵다면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회고해보기를 권해요. 저는 제가 진행했던 인터뷰를 녹화/녹음한 걸 보면서 이때 어떻게 접근하면 더 좋았을까, 더 나은 질문은 없었을까를 고민하곤 해요.
UX 리서치 실전 팁 ② 결과 잘 분석하는 법
서혜은: 리서치를 진행한 다음에는 결과를 분석할 차례예요.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단계죠. 특히 정성조사는 리서처의 주관이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을 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세부 분석은 전체 맥락에 맞게”
김은심: 제가 스스로 검증하는 방법은 데이터가 앞뒤가 맞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세부 데이터를 해석할 때 전체 맥락과 결을 같이 하는지 보는 거죠. 혹시 특정 답변이 튄다면 성/연령 등 분석 단위를 다르게 해서 다시 살펴보고요. 내가 결과를 하나의 맥락으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지, 내가 도출한 인사이트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연결되는지 확인해봅니다.
“과감하게 주관을 넣어보기”
권혁민: 주관을 100% 배제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좋겠어요. 리서치라는 게 데이터 수집한 뒤 추상화를 거쳐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리서처는 가진 정보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인사이트로 나아갈 수 없어요. 부족한 부분은 후속 리서치로 보완하고요. 초반에는 과감하게 주관을 사용해보는 연습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로덕트의 히스토리를 이해하기”
권혁민: 하나만 덧붙이자면, 프로덕트의 히스토리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해요. 프로덕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까지 도달했는지를요. 최근에 SNS에서 그런 유머글을 봤어요. 유선 이어폰이 너무 혁신적이라는 거예요. 충전도 안 해도 되고, 기기에 꽂기만 하면 작동한다고요. 유선을 지나 무선을 경험한 우리 입장에서는 엉뚱한 이야기 같아도 무선만 경험한 세대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거예요.
프로덕트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의 모습까지 오는 데에 여러 부서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을 거거든요. 그걸 이해하고 있어야 리서처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인터뷰에서 제품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 리서처가 휘둘릴 수도 있어요. 팀이 과거에 관련 논의를 거쳐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제품을 발전시켜온 히스토리를 안다면 이를 감안하고 들을 수 있겠죠.
UX 리서치가 잘 되는 조직 문화
서혜은: 성공적인 UX 리서치를 위해 리서처와 타 부서가 어떻게 협업해야 할까요?
김은심: 저는 타 부서도 FGD·IDI나 UT 등에 직접 참관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미러룸에 들어오시라고요. 타 부서에서는 결과 보고서만을 보고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리서처 입장에서 보고서를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실제로 기업 내부에서 그 결과를 활용하는 데엔 리서치 과정에 누가 얼마나 참여했느냐가 엄청 중요해요.
리서처는 리서치를 요청한 팀의 방향성이나 리소스 등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어떤 기능은 개선이 되면 좋긴 하겠지만 사실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든가, 현재 개발팀에서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라든가 하는 세부 상황은 해당 부서에서 가장 잘 알 거예요. 그래서 UX리서치가 성공적인 UX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가 리서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토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리서치에 대한 내부의 관심이나 참여도가 높은 기업이 그 결과도 잘 활용하시더라고요.

보고서 역시 상황에 맞게 적절한 포맷으로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절차상 풀 PPT 보고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빠르게 액션 플랜을 짜고 실행하는 게 중요한 경우도 있잖아요. 특히 IT업계나 스타트업이 그렇죠. 그런 경우에는 보고서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지 않도록 결과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통계 지식보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
서혜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예전에는 정성조사와 정량조사가 구분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ux 리서처분들이 정량조사 역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은희: 확실히 최근에 정성·정량 여러 방법론을 함께 사용해 리서치를 많이들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IT 업계는 사용자의 모든 행동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그 정량 데이터를 활용하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정성조사를 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 한 가지 리서치 과제에도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정량 데이터 분석을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 본인이 데이터를 혼자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물론 익혀야 해요. 하지만 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관련 전문가가 함께 계시다면, 실무에서 더욱 중요한 건 그 분들과 잘 협업하는 역량이에요. 내가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은심: 결국 리서처에게 중요한 건 통계 분석 방법론에 대한 지식보다는 데이터를 읽는 역량, 그러니까 데이터 리터러시예요. 고도의 통계 분석은 해당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지만, 그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읽어내는 건 리서처의 일이니까요.
서혜은: 잘 되는 UX 리서치를 위해서는 UX 리서처가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바탕으로 타 부서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조직 차원에서는 전사적인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군요! 세 분이 경험을 통해 얻은 팁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 UX 리서치 트렌드 더 알아보기
본 아티클은 오픈서베이가 12월 진행한 Better Research, Better UX 오픈토크 중 1회차 “써먹는 UX 리서치”를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해당 웨비나는 총 2회 진행되었으며, 2회차 “정성조사는 정성으로”에서는 UX 리서치 오퍼레이션을 보다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관련 내용은 다음 아티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외에도 IT 기업 및 유관 업종에 종사하는 실무자가 답한 올해 UX 리서치 트렌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분은 <UX 리서치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받아 보세요. 실제 가장 많이 하는 UX 리서치 방법, 주로 활용하는 툴, UX 리서치에 대한 사내 인식 등 세부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픈서베이 콘텐츠 마케팅 매니저